
봄이 되거나 날씨가 애매할 때는 이상하게 밥맛이 떨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냉장고를 열어봐도 딱히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오르지 않고, 그렇다고 밖에 나가서 사 먹기에는 귀찮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런 날 냉장고에 남아 있던 묵은지를 보고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다가 스팸을 꺼내 김밥을 만들어봤습니다.
처음에는 묵은지와 스팸이 잘 어울릴까 싶었는데, 직접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조합이 아주 좋았습니다. 묵은지의 새콤한 맛이 스팸의 짭조름함을 잡아주고, 들기름의 고소한 향까지 더해지니 입맛 없을 때 먹기 좋은 김밥이 완성되었습니다. 일반 김밥보다 재료는 단순하지만 맛은 훨씬 강하고 확실해서 한 번 만들어두면 계속 손이 가는 메뉴였습니다.
1. 묵은지 준비하기
묵은지 스팸김밥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역시 묵은지입니다. 묵은지는 그냥 사용하면 양념이 강하고 수분도 많아서 김밥이 쉽게 눅눅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묵은지를 물에 오래 담가두지 않고, 1분 정도만 가볍게 헹궈 사용했습니다.
묵은지를 너무 오래 헹구면 특유의 새콤한 맛과 깊은 맛이 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강한 양념만 살짝 털어낸다는 느낌으로 헹구는 것이 좋았습니다. 헹군 묵은지는 손으로 꽉 짜서 물기를 최대한 제거했습니다. 이 과정이 조금 번거롭지만 김밥을 만들 때 정말 중요했습니다. 수분이 많으면 김이 금방 눅눅해지고, 김밥을 말았을 때 모양도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물기를 제거한 묵은지는 먹기 좋은 크기로 찢어준 뒤 들기름을 한 숟가락 정도 넣고 조물조물 버무렸습니다. 참기름을 사용해도 괜찮지만, 저는 묵은지에는 들기름이 더 잘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들기름의 고소한 향이 묵은지의 신맛을 부드럽게 잡아주고, 전체적인 맛을 더 깊게 만들어주었습니다.
2. 스팸 손질하기
스팸은 그냥 썰어 바로 구워도 되지만, 저는 한 번 데쳐서 사용했습니다. 끓는 물에 스팸을 잠깐 넣었다가 건져내면 짠맛과 기름기가 조금 줄어들어 더 깔끔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특히 김밥에 넣을 때는 스팸 맛이 너무 강하면 다른 재료 맛을 덮어버릴 수 있어서, 가볍게 데치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데친 스팸은 채망에 올려 물기를 빼고, 김밥에 넣기 좋은 길이로 썰어주었습니다. 그다음 팬에 올려 앞뒤로 노릇하게 구웠습니다. 스팸은 노릇하게 구워야 겉은 살짝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져 김밥에 넣었을 때 식감이 좋았습니다. 기름을 많이 두르지 않아도 스팸 자체에서 기름이 나오기 때문에 팬에 살짝만 구워도 충분했습니다.
3. 계란과 채소 준비하기
묵은지와 스팸만 넣어도 맛있지만, 계란을 함께 넣으면 훨씬 부드럽고 든든한 김밥이 됩니다. 저는 계란을 소금과 후추로만 간단하게 간을 하고, 약불에서 도톰하게 부쳤습니다. 계란을 너무 얇게 부치면 존재감이 약하고, 너무 센 불에서 익히면 겉이 금방 갈색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약불에서 천천히 익히는 것이 좋았습니다.
도톰하게 부친 계란은 스팸 길이에 맞춰 썰어주었습니다. 이렇게 넣으면 김밥을 먹었을 때 계란의 부드러운 식감이 잘 느껴지고, 스팸의 짠맛도 조금 부드럽게 잡아줍니다.
양파와 청양고추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스팸을 구운 팬에 양파를 먼저 볶아주면 스팸에서 나온 고소한 맛이 양파에 배어 더 맛있습니다. 양파가 어느 정도 익으면 마지막에 청양고추를 넣고 가볍게 볶아줍니다. 청양고추는 너무 오래 볶으면 매운맛이 강해질 수 있어서 마지막에 넣는 것이 좋았습니다. 직접 해보니 청양고추가 들어가야 느끼함이 줄고, 김밥 맛이 훨씬 깔끔해졌습니다.
4. 밥 준비하기
김밥용 밥은 너무 질지 않게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밥이 질면 김에 펴 바를 때 뭉치고, 김밥을 말았을 때 식감도 무거워집니다. 저는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들기름과 참깨를 넣고 가볍게 섞었습니다.
이때 밥에는 따로 소금 간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스팸과 묵은지에 이미 간이 있기 때문에 밥까지 짜게 만들면 전체적으로 부담스러운 맛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김밥을 만들 때 재료마다 간이 있는지 생각하면서 밥 간을 조절하는 편입니다. 이번 묵은지 스팸김밥은 스팸의 짭조름한 맛이 충분해서 밥은 고소한 맛만 살리는 정도가 좋았습니다.
볶아둔 양파와 청양고추를 밥에 살짝 섞어주면 밥 자체에도 은은한 향이 배어 맛이 더 좋았습니다. 다만 너무 많이 넣으면 밥이 질어질 수 있으니 적당히 넣는 것이 좋았습니다.
5. 김밥 말기
이번에는 일반 김밥보다 작게 먹기 좋은 꼬마김밥 형태로 만들어봤습니다. 구운김을 4등분으로 자르고, 거친 면이 위로 오게 펼쳐주었습니다. 거친 면에 밥을 올려야 밥이 잘 붙고 김밥을 말았을 때 쉽게 풀어지지 않았습니다.
밥은 너무 두껍게 올리지 않고 얇게 펴주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작은 김에 밥을 많이 넣으면 속재료를 넣었을 때 말기 어렵고, 먹을 때도 재료가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밥을 얇게 펴준 뒤 묵은지, 스팸, 계란을 차례로 올렸습니다.
재료를 올린 뒤에는 너무 세게 누르지 않고, 모양을 잡아가며 단단하게 말아주었습니다. 처음에는 힘 조절이 어려워서 김밥이 풀리거나 속이 밀려나오기도 했지만, 몇 번 해보니 어느 정도 감이 생겼습니다. 김밥 끝부분에 밥풀을 살짝 묻혀 마무리하면 더 잘 붙었습니다.
완성된 김밥 위에는 들기름을 아주 살짝 바르고 참깨를 뿌려주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윤기도 나고 고소한 향이 더해져 훨씬 먹음직스럽게 보였습니다.
묵은지 스팸김밥을 직접 만들어보니 준비 과정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습니다. 묵은지를 헹구고 물기를 짜고, 스팸을 데쳐 굽고, 계란까지 부치다 보면 간단한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하지만 한 번 만들어 먹어보니 그만큼 만족감이 컸습니다.
묵은지의 새콤한 맛과 스팸의 짭조름한 맛이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여기에 들기름 향이 더해지니 김밥 전체의 맛이 훨씬 고소하고 깊어졌습니다. 청양고추를 살짝 넣은 것도 좋았습니다. 느끼할 수 있는 스팸 맛을 잡아주고, 끝맛을 깔끔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일반 김밥은 여러 가지 재료를 준비해야 해서 번거롭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묵은지 스팸김밥은 재료가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맛이 확실했습니다. 냉장고에 남은 묵은지를 활용하기에도 좋고, 입맛 없을 때 먹기에도 잘 어울리는 메뉴였습니다.
직접 만들어보면서 느낀 것은 김밥은 간단해 보여도 재료 하나하나의 손질이 맛을 좌우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묵은지의 물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김밥이 눅눅해지고, 스팸을 너무 짜게 사용하면 전체 맛이 부담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또 밥에 간을 많이 하면 묵은지와 스팸의 맛까지 더해져 짜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김밥은 밥 간을 약하게 하고, 묵은지와 스팸의 맛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묵은지는 너무 오래 씻지 않고, 스팸은 한 번 데쳐서 굽고, 계란은 도톰하게 부쳐 넣으면 훨씬 맛있게 완성됩니다.
처음 만들 때는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지만, 한두 번 만들어보면 요령이 생깁니다. 저는 한 번 만들 때 넉넉하게 만들어두는 편인데, 가족과 함께 먹거나 도시락으로 챙기기에도 좋았습니다. 모양은 시판 김밥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직접 만든 김밥만의 만족감이 있습니다.
냉장고에 묵은지가 남아 있다면 김치찌개만 끓이지 말고 스팸김밥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새콤하고 짭조름한 맛이 입맛을 살려주고, 한입 크기로 먹기 좋아 부담도 없습니다. 직접 만들어보니 봄철 입맛 없을 때나 간단한 도시락 메뉴로 잘 어울리는 김밥이라고 느꼈습니다.